신의 한 수:귀수 편 권상우의 재발견
전통문화 요소에 액션의 아드레날린을 절묘하게 녹여낸 신의 한 수: 귀수 편이 그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2019년 작품 신의 한 수의 스핀오프이자 프리퀄인 이 작품은 기존 주인공의 이야기를 벗어나, 권상우가 연기한 새로운 주인공 ‘귀수’의 복수극을 중심에 놓는다. 바둑이라는 전통 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어두운 이야기는 얼핏 보기엔 단순한 액션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 시선에서 흥행 요소로 꽉 찬 작품이다. 매력적인 캐스팅, 무술과 결합된 바둑 대결, 그리고 상징적인 서사가 단순한 한 수가 아닌 ‘필승의 수’로 만들어준다. 내가 보기에 신의 한 수: 귀수 편의 흥행 요소 중 가장 강력한 카드는 단연 권상우다. 그는 이름값만으로도 이목을 끄는 배우다. 로맨틱 코미디부터 하드 한 액션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해 왔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는 또 다른 모습으로 완전히 재탄생했다. 고통과 복수로 가득 찬 고독한 천재 바둑기사 ‘귀수’로 분한 그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결을 보여준다. 권상우의 연기는 거칠고, 내면적으로 깊다. 눈빛 하나, 숨결 하나에도 응축된 분노가 느껴지며,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감정의 싸움이기도 하다. 특히 체중 감량과 액션 트레이닝 등으로 만들어낸 외적인 변화는 현실감을 더했다. 말죽거리 잔혹사나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봤던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날이 선 배우의 모습이 궁금증과 기대를 높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의 스승 역으로 등장하는 김희원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똥선생’이라는 인물에 특유의 깊이와 냉철함을 불어넣으며, 권상우와는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이 두 배우의 강렬한 시너지는 단순한 속편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었다고 본다.
장르의 경계를 넘다
‘신의 한 수: 귀수 편’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요소는 다름 아닌 '바둑'이라는 전통 게임이 중심 무대로 삼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둑을 떠올릴 때, 조용하고 느리며 사색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부순다. 내 시각에서 이 작품은 바둑을 단순한 지적 유희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건 결투의 무대로 전환시키며 완전히 새로운 장르적 긴장감을 창조해 냈다. 바둑은 단순한 게임이 아닌, 주인공들의 분노와 복수, 생존 본능이 응축된 싸움의 도구다. 도박판이나 감옥, 심지어 피범벅이 된 싸움판 한복판에서도 바둑판이 놓이고, 한 수를 둘 때마다 상대의 숨통을 조여 온다. 육체적인 싸움만큼이나 지적인 대결이 중요한 이 구도는 매우 신선하고도 짜릿하다. 나는 이러한 설정이 주는 이중적인 긴장감 몸과 머리를 모두 써야 하는 승부의 쾌감이 가장 강력한 매력 포인트라고 느꼈다. 이처럼 바둑을 중심으로 한 장르 융합은 단순히 신선하다는 차원을 넘어서, 흥행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액션 장르의 고정 팬층은 물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스타일을 찾는 사람들,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콘텐츠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널리 어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상업 스릴러들이 비슷한 공식을 반복하는 가운데, 분명히 다른 감각과 에너지를 지닌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나에게 바둑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긴장과 몰입을 제공하는,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주 독창적인 경험이었다.
감각적인 연출과 몰입감 있는 세계관
또 다른 강점은 그 감각적인 연출과 짙은 분위기다. 감독 리건은 시나리오를 직접 공동 집필하며 명확한 톤을 구축했다. 내 시선에서 미장센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흥행 요소다. 어두운 조명, 좁은 공간, 도시의 이면이 만들어내는 느낌은 일종의 현대 누아르 같다. 액션 장면은 화려하진 않지만 굉장히 리얼하다. CG나 속임수를 쓰지 않고 진짜 타격감을 살리는 방식이 인상 깊다. 주먹 한 방, 발차기 한 번에도 무게감이 있고, 이 때문에 전투 하나하나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액션이 잠시 멈추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세계로 빠져든다. 도박판, 수상한 스승들, 은둔한 고수들까지, 그 안에 작은 우주를 품고 있다. 이런 세계관은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세계로의 입장권인 셈이다. 내가 보기에 미학과 몰입감은 20~40대 남성을 중심으로 큰 공감을 얻었고, 결국 흥행으로 이어진 중요한 요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