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초월한 진정성
처음 미나리를 봤을 때, 울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끝날 무렵, 어두운 방 안에서 조용히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던 제 자신을 발견했다. 정이삭 감독이 연출하고, 스티븐 연, 윤여정, 한예리 배우가 출연한 이 작품은 전통적인 흥행 블록버스터와는 거리가 멀다. 화려한 액션도 없고, 대형 할리우드 마케팅도 없었다. 그런데도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섯 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제 관점에서 미나리의 흥행 포인트는 바로 그 거짓 없는 감정, 이민자의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 그리고 배우들의 강력한 연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하나씩 설명해 본다. 미나리를 보고 가장 먼저 느낀 건, 이 이야기가 얼마나 개인적인 동시에 보편적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 시골을 배경으로, 한 한국계 미국인 가족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희생, 조용한 강인함, 말없이 이어지는 사랑. 우리 가족의 이야기와 닮아 있었다. 이런 진정성은 단순한 공감의 차원을 넘어서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오늘날 더욱더 다양한 이야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미나리는 틀에 맞추지 않고 진실을 그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오히려 그 점이 더욱 보편적이고 가깝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이 감정의 진실성 덕분에 한국계 미국인 이야기를 잘 모르는 이들마저도 빠져들 수 있었다. 결국 가장 강력한 이야기는, 우리 안의 '집'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절제된 연기로 완성된 명연기
흥행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가 필수이다. 그리고 미나리는 그 점에서 확실히 성공했다. 윤여정 배우는 괴짜 할머니 순자 역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예리 배우가 연기한 모니카가 더 크게 와닿았다. 모든 것을 감내하며 가정을 지키려 애쓰는 어머니의 모습이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되었고, 그 안에 담긴 고통과 강인함이 제게 큰 울림을 주었다. 어쩌면 제 어머니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것 같았다. 스티븐 연 역시 <워킹 데드>로 유명하지만, 그는 전혀 다른 깊이의 연기를 보여줬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꿈을 향한 간절함과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묵직하게 표현해 냈다. 그리고 어린 아들 데이빗 역의 앨런 킴은 순수함과 유머, 따뜻함을 더해 생명을 불어넣었다. 요즘 관객들은 화려한 시각 효과나 자극적인 설정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미나리는 오히려 ‘조용한 감동’이야말로 오래 남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연기들의 울림은 평단의 호평뿐 아니라 입소문을 타며 천천히 흥행으로 이어졌다.
시대적 타이밍과 세계적인 주목
솔직히 말하자면, 미나리는 운도 따랐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 이후, 아시아계 이야기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졌고, 마침 팬데믹 시기 동안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삶을 들여다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미나리는 분노를 드러내는 작품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적이고 섬세하며, 모든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에 집중한 작품이었기에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었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심사위원상을 동시 수상한 후, 안팎에서 호기심과 관심이 점점 커졌고,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관련 이야기가 폭발적으로 퍼졌다. 미나리는 어느새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이민자의 꿈, 가족의 유대, 조용한 존엄성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이미지로 떠올랐고, 그 진정성에 반응했다. 특히 젊은 세대나 사회적 감수성이 높은 놓치면 안 될 영화로 자리 잡으며 흥행을 견인했다. 제가 느낀 미나리의 흥행 포인트는 거대한 자본이나 자극이 아니라, 바로 ‘영혼’에서 나왔다. 모두가 귀 기울이기 시작한 그 시점에, 중요한 이야기를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전했다. 저는 단순히 미나리를 ‘본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다.’ 끝나고 나서도 캐릭터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이런 경험은 돈으로 만들 수 없다. 그건 진짜 스토리텔링이 가진 힘이다. 요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 남았다. 지금처럼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이런 조용한 힘을 가진 흥행까지 해냈다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성취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