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미의 충격적인 데뷔
2018년 《마녀: Part 1. The Subversion》이 처음 극장에 걸렸을 때, 솔직히 어떤 내용일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제목만 봐서는 초자연적이거나 판타지 요소가 있을 법했지만, 실제로 펼쳐진 이야기는 미스터리, 액션, 감정 드라마가 독특하게 결합된 장르 파괴적인 작품이었다. 김다미의 데뷔작이자 최우식이 소름 끼치도록 인상적인 조연으로 등장하면서 단순한 줄거리 이상의 매력을 보여줬다. 장르적인 기대를 능숙하게 비틀며 보는 이들의 예상을 뒤엎는 방식이 내겐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는 새로움을 느끼고 감정적인 몰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인데, 그런 의미에서 마녀는 한국 장르에서 보기 드문, 참신하면서도 몰입도 높은 작품이었다. 흥행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흔한 액션이나 익숙한 설정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부의 느린 전개가 후반부의 폭발적인 반전을 위한 장치였고, 이는 궁금증을 자극해 끝내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내가 가장 먼저 매료된 요소는 단연 김다미였다. 이 작품 이전까지 그녀는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녀에서의 연기는 단연코 인상 깊었다. 평범해 보이는 고등학생 자윤 역을 맡은 그녀는 순수함과 불안정함,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폭발적인 힘을 동시에 표현해 냈다. 그렇게 복합적인 감정을 한 인물이 소화하는 모습은 신인 배우로서는 정말 보기 드문 일이었다. 스크린에서 그녀는 그야말로 눈을 뗄 수 없는 존재감이었다. 전반부 내내 조용하고 수수하게 스토리를 끌고 가다가도, 어느 순간 분위기를 뒤흔들며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연기력은 단연 돋보였다. 입소문을 타고 장기 흥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이 김다미라는 배우의 등장과 그녀의 파격적인 변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단지 한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 아니라, 정서와 메시지를 지탱하는 축이 되어줬다.
장르를 비트는 서사의 묘미
마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장르에 대한 기대를 끊임없이 흔드는 방식이었다. 예고편이나 초반부의 분위기만 봐서는 어두운 심리 미스터리나 초능력 학원물 정도를 예상했지만, 실제 전개는 훨씬 더 복잡하고 깊은 구조를 띄고 있었다. 박훈정 감독은 이 이야기가 어떤 장르인지 계속 헷갈리게 만들고, 그 궁금증을 통해 몰입을 유도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전개가 다소 느릴지라도 이런 복합적인 장르 설계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내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중반부까지는 이게 SF인지, 성장 드라마인지조차 확실치 않다. 하지만 불편한 긴장감이 서서히 쌓여가고, 마침내 진짜 이야기가 드러나는 순간부터는 전혀 다른 작품처럼 느껴진다. 이런 흐름은 자칫 실패할 수 있지만, 마녀는 그 리스크를 감수한 덕에 더욱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었다. 포화 상태인 스릴러 장르 속에서 유독 돋보일 수 있었던 이유다.
모든 것을 터뜨리는 후반부의 쾌감
중반까지 흥미롭게 이끌다가도 마지막에서 허무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녀는 정반대였다. 후반부는 정말 말 그대로 폭발적이다. 자윤의 능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SF 액션 스릴러로 전환되고, 나는 그 급격한 변화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액션과 충격적인 장면들은 단순한 볼거리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자윤이라는 인물의 고통과 분노, 그리고 진짜 자아의 각성이 담긴 감정의 분출이었다. 그래서 액션도 그저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 서사적으로 설득력이 있었다. 관객들 역시 이런 클라이맥스를 통해 전반부의 느린 전개를 보상받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다 보고 나오는 길에, 관객들 사이에서 와, 진짜 대박이다, 속편 언제 나와? 같은 말들이 오가는 걸 들으며, 단순히 잘 만든 수준을 넘어 보고 나서 얘기하고 싶은 영화가 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자발적인 입소문과 재관람 욕구가 결합된 이 분위기야말로 흥행 성공의 핵심 요소였다. 실제로 마녀는 한국에서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단숨에 컬트 명작으로 자리 잡았다. 김다미의 강렬한 데뷔, 예상을 배반하는 전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투씬까지 모든 면에서 놀라게 하고 몰입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나처럼 신선함과 감정적 몰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들에게 마녀는 단순한 작품을 넘어서는 경험이었다.